본문 바로가기

교우 : 빈센트 (완)

(3)
빈센트 03 (완) “어, 벌써 밖이 어두워졌네.”“......”“가야겠다.” 도대체 몇 시간 동안 쉼 없이 노래를 한 걸까. 어두워진 밖을 먼저 발견한 것은 민우였고, 가기 위해 일어나 의자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몽롱한 느낌에 사로잡혀 정신을 가누기조차 힘들었다. “안가?”“... 또 올 거지?”“응?”“빈센트 연습하려고 하는데 또 올래? 완곡으로 들려줄게.”“정말? 또 와도 돼?”“응. 노래 듣고 싶을 때마다 와. 아니야. 아무 때나 와.”“... 고마워.” 눈동자가 보이지도 않을 만큼 씨익 웃는다. 그 얼굴에 한참이나 넋을 잃었다. “쳐보고 싶어?”“응!” 우리는 그날 이후로 점심이나 방과 후가 되면 동아리 실이고 옥상이고 노래를 하며 기타를 연주할 수 있..
빈센트 02 “오랜만에 만나는데 꼴이 이게 뭐야!” 한 녀석이 동완이만큼 화통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넸다.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어 머뭇대는데 동완이가 그 녀석에게 아는 체를 했다. “야! 강남고 최고의 꽃미남 전진이 어쩌다 이런 아저씨가 된 거야!”“내가 결혼을 좀 일찍 했잖아.”“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아저씨가 되면 어떡해.” 고개를 숙이니 초등학생이 됐을 법한 귀여운 사내아이가 낯선 환경에 겁을 먹었는지 진이라는 녀석의 다리에 꼭 붙어있었다. “너 아빠 어릴 때랑 똑같이 생겼구나.” -그냥 그럴 거 같아서 했던- 내 말에 진가 와하하하 화통한 소리로 크게 웃었다. 동완이는 아이에게 아빠는 닮지 말라며 시퍼런 종이를 한 장 건넸다. 처음 보는 아저씨들이라 어색해하던 아가 기쁜 얼굴을 하며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아..
빈센트 01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당신이 믿던 믿지 않던 내가 경험한 꿈같은 이야기이다. 그것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내가 겪었던, 눈부시게 펼쳐진 일곱 빛깔의 무지개처럼 아름다웠지만 희뿌연 안개처럼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경험이었다. 지금 내가 여기에 적는 것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내 경험에 대한 기록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을 아는가.나는 그 찬란했던 별빛을 떠올리게 하는 눈빛을 가진 아이를 알고 있다. 이민우. 서른을 맞이하던 어느 추운 겨울날, 열일곱의 민우를 만났다.그는 여전히 칠흑같이 새까만 밤하늘의 별빛처럼 빛나고 슬픈 눈동자를 간직하고 있었다. Stary sta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