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두 눈이 멀어 널 다시 볼 수 없게 된 다해도 나는 너를...
#2.
“뭐가 그렇게 신났어?”
혜성은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휘파람을 불어대는 에릭이 눈에 띄어 옆 의자에 앉았다. 연기자 겸 모델인 혜성은 에릭과 함께 소속사의 탑을 달리는 그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에릭을 곁눈질로 보니 귀에 이어폰을 꽂고 흥얼흥얼 알아듣지 못할 언어들을 내보내더니 갑자기 씩 웃다가 배를 붙잡고 끅끅대기까지 한다. 또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하게 노래를 듣는데 이거 뭐 미친놈이 아닌가 싶다.
“뭐 듣는데 그렇게 웃겨.”
“요즘 나온 노래.”
에릭의 오른쪽 귀에서 이어폰을 빼 꽂았다. 그냥저냥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댄스곡 같다. 들어봐야 하나도 안 웃긴데 미친놈은 또 실성이다.
“미친 새...”
“얘 귀엽지 않냐?”
“뭐가?”
그러고 보니 패션잡지로 추정되는 것을 펼쳐놓고는 더 이상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있다. 쭉빵한 여자라도 있는가 싶어 관심을 두는데 스타일 좋은 남자모델의 사진이었다. 아, 자세히 보니 얼마 전에 연예프로에 나왔던 이민... 뭐더라?
“이민우?”
“귀엽지.”
“에?”
“귀여워. 웃으면 눈이 안보여.”
에릭은 뭐라도 먹은 놈 마냥 계속 싱글벙글 이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봐도 이미 안중에도 없다.
“니가 이제 하다하다 별 놈한테 다 관심을 두는구나.”
“왜- 귀엽잖아.”
“남자애가 귀여워 봐야 어디가 귀엽냐!”
사진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큭큭대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한심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아 혜성은 혀를 끌끌 차며 이어폰을 아무렇게나 집어던졌다. 이번에는 또 무슨 시추에이션인지 휴대전화에 머리를 박고 메신저를 보낸다.
[나 씨디 샀어.]
메신저를 보내고 3분 동안 그 자세였다. 옆에 앉은 혜성의 구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전화만 뚫어져라 보는데 3분이 3천 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목이 타고 초조했다. ‘카톡 확인해 주세요~’ 라는 허스키하고 나른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심장이 멎을 지경이었다.
[전화 한다더니.]
응? 씨디 샀다고 칭찬을 하거나 좋아할 줄 알았더니 3분 만에 온 답장은 예상치 못한 반응이라 뒤통수가 얼얼했다. 하지만 금방 씩 웃어넘기고 답장 버튼을 눌렀다.
[전화 기다렸어?]
[아니.]
민우의 짧은 대답에도 두근두근 심장이 미쳤다. 손가락은 이미 통화버튼을 향해 있다. 꾹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 망설여지기만 한다. 뭐라고 할까. 뭐라고 하면서 만날까. 머릿속은 이미 시뻘건 실타래가 잔뜩 엉켜있다.
“근데 얘 건들면 신상에 위협이 오지 않을까?”
“뭐?”
옆에서 혀를 끌끌 차며 지켜보던 혜성이 잡지를 들어 민우의 기사를 읽어나갔다. 싱글 한 번 내서 성공했을 뿐인데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음에도 요즘 남자솔로 가수 중 독보적인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어디든 그가 가는 발걸음마다 이슈가 된다. 어제 그가 몸에 걸쳤던 옷은 오늘 모든 연예인들의 유행이 되고 그가 했던 이야기들은 모든 사람들의 화젯거리가 된다. 거기다 이번에 솔로 정식 컴백이란다.
“너 얘랑 밥만 먹어도 스포츠 신문 1면에 나올 기센데?”
“무슨 소리야?”
“얘는 지나가던 어린 애들도 알어.”
“나도 유명해.”
“그러니까- 유명인들끼리니까 조심해. 기자들 안 그래도 하이에나처럼 달겨들텐데.”
“친구야.”
“그래, 제발 그냥 친구만 해라.”
혜성의 말에 어쩐지 오기가 생겨 통화키를 눌렀다. 흔한 컬러링도 없는 기본음이다. ‘왜-’하며 무뚝뚝하게 받는데도 귀가 간질거렸다.
“민우?”
[응.]
“지금 시간 있어?”
[어딘데?]
“청담.”
[압구정.]
“내가 가?”
[응.]
“... 알았어.”
너무도 간단한 대화가 오가고 종료버튼을 눌렀지만 여전히 에릭의 얼굴은 싱글벙글 이다.
“어디 가냐.”
“밥 먹으러.”
“... 너 설마 이놈 번호까지 아는 거냐?”
에릭의 대답 없는 실소에 혜성의 얼굴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에릭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콧노래까지 부르며 사무실을 나선다. 잡지 속의 무표정한 얼굴의 남자도 그를 향해 실소를 날리는 것 같다. 한숨이 저절로 난다.
“아, 저 또라이를 어쩌냐.”
에릭은 한참동안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이미 압구정 골목에 서있는 그를 찾기는 했지만 핸들에 몸을 기대어 그를 살폈다. 그는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아가씨와 길거리 데이트 중이다.
“애기 좋아하나 보네.”
첫 만남의 퉁명스러웠던 얼굴보다 훨씬 귀여운 얼굴로 꼬마에게 웃어주는데 은근히 질투가 난다. 곧 차에서 내려 저벅저벅 걸어가는데도 못 본 건지 여전히 꼬마의 눈높이만큼 몸을 낮추고 앉아 대화 중이다.
“어이-”
툭 발로 차자 그제야 멀뚱히 옆에 서있던 에릭에게 눈길을 주었다. 하지만 또다시 꼬마에게로 눈을 돌린다. 결국 민우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꼬마가 팔을 뻗어 에릭의 얼굴을 만졌다.
“에~ 닉~”
“이 오빠 알아?”
“응. 티비.”
“티비에서 봤어?”
“응.”
“오빠는 이름이 뭐라고?”
“미뉴미뉴”
“응, 미뉴~ 우리 연이 오빠한테 뽀뽀~”
입술을 쭉 내미는 민우에게 입술을 허락하고는 부끄러운 듯이 저쪽으로 도망가는 꼬마아가씨. 꽤 오래 그 자세로 있었는지 민우는 일어서면서도 다리를 주먹으로 툭툭 쳤다.
“새벽까지만 해도 나랑 쪽쪽대던 입술을 다른 여자한테 뺏기다니...”
에릭이 쪼그려 앉은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는 시늉을 하자 다시 아야야야- 하며 쪼그리고 앉는다.
“그렇다고 세 살짜리 여자애를 질투해요?”
“난 질투대마왕이거든.”
“영화배우 에릭씨, 씨디에 싸인해 드릴까요?”
“입술에 도장 찍어주면 더 좋을 거 같은데.”
농담 반 진담 반 섞어 한 말인데 민우는 금세 얼굴이 빨개져서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인지 낮 시간이라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민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이끌어 조수석에 태웠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았는데 딱히 어디를 갈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차창문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던 그가 에릭을 한참 흘기더니 곧 입을 연다.
“배고파.”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동을 걸었다.
“맛있어?”
“응.”
도착한 곳은 에릭이 단골로 가는 한식집이었다. 에릭이 들어서자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듯 주인은 자연스럽게 그를 방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주문도 받지 않고 문이 닫혔고 잠시 후 문이 열리자 말 그대로 입이 떡 벌어지게 한상이 들어왔다. 그런 광경을 처음 본 민우는 신기한지 어린아이처럼 들뜬 얼굴이었다.
“많이 먹어.”
“자주 와요?”
“응. 먹진 않지만.”
“왜? 맛있는데.”
그저 웃기만 하는 에릭에게 더 이상 묻지 않고 수저를 들었다. 밥 먹는데 집중해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건지. 덕분에 에릭은 민우의 얼굴은 실컷 볼 수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합장을 하고 식사를 마치자 에릭은 기다렸다는 듯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민우는 그가 필터 끝에 불을 붙이는 모습에서 입술 사이로 하얀 연기가 새어나오는 모습 하나하나 눈을 떼지 못했다.
“언제부터 피웠어요?”
“열... 일곱?”
“왜?”
“이 일 하면서부터.”
“난 안 피울건데.”
“응, 피우지마.”
그러면서 피우던 필터를 민우에게 건네는 건 무슨 심보일까. 한참 망설이는 듯 하더니 내밀어진 것에 대한 호기심에 손이 저절로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가 한 것처럼 필터 끝을 물고 쭉- 빨아들이더니 금세 켁- 하고 비명을 질렀다.
“이런 걸 왜 피워.”
“으하하하-”
에릭은 결국 배를 붙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큭큭대며 웃는데 몸이 들썩거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민우야!”
하며 그를 불렀다. 갑작스런 부름에 놀란 나머지 두어 번 기침이 더 나왔다.
“에?”
“우리 극장 가자.”
“... 사람 많은데.”
“아니, 사람 없는 극장 있어.”
낡은 상가 앞에 선 차는 돌고 돌아 텅 빈 주차장에 세워졌다. 에릭이 손을 잡아 이끄는 대로 따라가던 민우는 낡은 느낌이 친근하게 와 닿는 느낌에 들뜨는 것 같았다.
“누나 언제 시작해요?”
“... 어머! 에릭씨 아니세요?”
“맞는데~ 누나~ 두 장만 주세요~”
애교를 떨어대는 에릭의 방송용 능청스러움에 실소가 나왔다. 매표소의 누나는 에릭을 실물로 봤다며 수선을 떨며 전화를 거는 중이었다. 표를 두 장 들고는 맨 뒷자리에 앉는다. 어차피 둘 뿐이라 상영은 시작되었다. 졸리고 늘어지기만 하는 예술영화라 고개를 돌리니 배도 부른 민우는 이미 눈이 반쯤은 감겨 있었다.
“민우야.”
“응?”
“다음 달에 이 극장 허문대.”
“왜?”
“사람들이 잘 안와서. 예술영화는 안하고 허물고 큰 극장 짓는대.”
“아쉽다.”
“우리 추억 하나만 만들고 갈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조금 물러서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지만 두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도망이라도 갈까 싶어 민우의 어깨를 붙잡고 다시 다가갔다.
“싫어?”
반쯤 감겨있던 민우의 두 눈이 스르륵 감기며 입술이 살짝 열렸다. 터질듯이 그의 입술을 덮쳤다. 새벽에 쿨하게 헤어지고 하루 종일 초조했던 마음을 귓가에 들려오는 심장박동 소리가 대변해 주었다. 입술 사이로 그의 호흡이 가빠짐을 느껴도 놓을 수가 없었다. 처음이었다. 이렇게나 간절한 마음은.
“다음에 우리가 여기를 또 오게 되면 이 극장은 아마 없을 거야.”
영화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심각하고 대사도 들리지 않고 재미도 없었다. 나중에 기억을 되짚어도 영화제목이나 기억이 날까.
“하지만 난 여기 이 자리에 오면 지금 이 순간이랑 널 기억할게.”
긍정의 뜻이었을까. 끄덕- 살짝 그의 머리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와- 뭐냐. 장난 아니다.”
종로 한복판에서는 때 아닌 추격전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영화가 채 끝나기도 전에 들어왔던 문으로 향했는데 밖은 이미 소란스러웠다. 아까 매표소 누나의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진 모양새였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 끝에 영사실로 들어가 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옥상으로 향하는 쪽문으로 탈출을 했고 옆 건물로 이어지는 옥상 계단을 뛰어넘어 비상구 계단으로 1층으로 내려오고 나서야 에릭이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카메라를 들고 달려드는 인파 덕분에 입고 있던 재킷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야만 했던 웃지 못 할 해프닝이었다.
“아, 전에 있던 누나는 안 그랬는데.”
“전에도 온 적 있었어요?”
“응. 거기 내 데뷔영화 처음으로 상영한 극장이거든.”
“응?”
민우가 기억하는 그의 작품 중에는 이런 예술영화만 다루는 극장에서 상영할 만한 영화는 없었다. 그가 하는 영화는 늘 흥행했고 그래서 동료들에게 더 질투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외모도 완벽한데에다 젊은 나이에 연기도 잘하고 거기에다 군더더기 없는 신비주의까지. 겉으로 보면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기 때문이었다.
“있어. 그런 거.”
“......”
“그나저나 너 사진 안 찍혔나 모르겠다.”
“나보다 그 쪽이 더 걱정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그 쪽이 아니라 형이야.”
핸들을 꺾자 그의 차가 부드럽게 미끄러져 큰 길가에 안착했다. 민우는 고개를 돌려 차 창문을 보았다. 희미하게 비친 그의 옆모습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뭐냐, 이 사랑에 빠진 얼굴은.”
“......”
식탁 맞은 편 의자에 앉아 밥숟가락을 들고 멍하니 있는 민우를 향해 농담을 날리는데도 무반응이다. 너무 진지했나 싶어 녀석의 얼굴을 보는데 심상치가 않다.
“어라, 진짜냐?”
“어? 뭐가?”
“너 이럴 때는 째려봐야지.”
그제야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동완을 야리듯 쳐다본다. 하지만 금방 풀려버려서 허무하게 만든다. 민우는 다시 수저로 밥만 푹푹 퍼먹기 시작했다.
“뎅와나.”
“어.”
“엄청 바람둥이한테 낚였는데.”
“에?”
민우의 말인즉슨, 엄청난 바람둥이에게 낚였다. 처음부터 몹시 들이대기에 작업이라고 바로 파악되어 무관심하게 굴었더니 더 들이댄다는 것이다. 이게 점점 심해지니까 진짜 좋아서 그러는 건지 작업 성공을 위한 끊임없는 대시인지 모르겠단다.
“야, 근데...”
“어?”
“뉘앙스가 좀... 남자 같다?”
“... 동와나, 밥 먹었어? 같이 먹을래? 내가 계란말이 했는데.”
화제를 급전환하는 민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동완은 민우가 솔로로 데뷔하기 전에 속해 있던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기도 했고 지금은 같은 소속사의 배우로 활동 중이다. 또한 민우의 10년지기 짝꿍이기도 하고 2년 된 동거남이기도 하다. 민우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
“뭐하는 놈인데.”
“몰라.”
“너도 참 너다. 너 사장이 솔로 내주면서 남자 손 안타기로 도장 찍었잖아.”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형제처럼 자라 머리가 굵어지면서 민우의 성향을 알았고 옆에서 지켜본바 민우처럼 사랑을 좋아하고 쉽게 상처받는 녀석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동완은 읽고 있던 만화책을 접고 식탁에 던지듯이 탁- 올려놓고 민우에게 눈길을 주었다. 간절하다 못해 애절한 표정이다.
“아 진짜 누군데?”
“에릭.”
민우의 고백에 동완은 자신이 떠올리고 있는 인물이 맞는지 한참동안 고민을 했다. 그리고 곧 ‘눈 이만한 애?’ 하며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표정을 짓자 민우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걔는 무슨 재주로 만났냐.”
“쇼케이스 하고 뒤풀이 한 날... 우리 옆 테이블에 있었는데... 자꾸 쳐다봐서... 짜증나서 나갔는데... 밖에서 나를 낚아채서...”
횡설수설 하는 민우의 말은 귀에도 들어오지 않고 동완은 왜 하필 그날 스케줄이 있었을꼬 속으로 한탄을 했다.
“동와나~ 너~ 에릭이랑 촬영한 적 있지~”
“너 내가 그런 인간들하고는 눈도 맞추지 말라고 했어 안했어.”
“왜.”
“그 자식한테 낚인 애들이 내가 아는 년놈들만 해도 연필 한 다스는 넘는다!”
“나도 알지! 니가 다 얘기해 줬잖아!”
동완의 일장연설이 이어지자 밥맛이 뚝 떨어진다. 수저만 들고 까딱거리다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 때 에릭이 데려가서 사준 밥 진짜 맛있었는데...
“거기 갈비찜 진짜 맛있었는데...”
“얘가 왜 또 헛소리야.”
“갈비~”
허공으로의 외침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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