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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드라마패러디

[에릭X지성] 제목없음

마주 앉은 은색의 테이블만큼 차가운 공기가 두 사람을 감싼다. 한줄기 빛이 든 테이블 위로 쉴새 없이 먼지들이 움직인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모습에서 에릭은 눈을 떼지 못한다. 

지성 : 반드시 내 손으로 널 잡을거야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든다. 오랜 시간 마주 앉다보니 헝클어진 머리, 느슨해진 넥타이가 피곤함과 동시에 묘한 섹시함을 보여준다. 

에릭 : 그 눈빛 아주 좋아. 날 잡으려면 더 강해져야 되거든.

지성, 테이블을 밟고 넘어가 에릭의 멱살을 잡아 올린다. 힘을 모두 뺀듯 쉽게 들려 지성은 더 분노한다. 테이블을 내려와 멱살을 잡은 채 에릭을 벽으로 몰아부친다. 등이 세게 부딪혔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비스듬히 올라간 에릭의 입꼬리에 지성의 손에 힘이 더해진다. 

에릭 : 아니지. 더 세게- 이 정도로는 날 못잡지.
지성 : 자수하지마
에릭 : 
지성 : 절대로 죽지마. 내가 잡아 쳐넣기 전까지는... 
에릭 : 기대하지

지성의 두 손이 분노에 더 부들부들 떨린다. 심증은 오로지 에릭을 향하지만 결정적인 단서가 없어 매 번 놓쳤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2시간이 지나면 그는 다시 풀려난다. 지성의 눈에 한기어린 핏발이 선다.



감독 : ........ 컷-! 오케이! 다음씬 들어갑니다!

감독의 외침에 지성은 급히 손을 내리며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에릭은 지성에게 잡혀있던 멱살이 풀리자 역시 숨을 내쉬었다. 두 짐승의 눈빛에 잡아먹힐 듯 했던 시간과 시선은 감독의 한마디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지성 : 괜찮아? 너무 세게 잡은 거 아냐? 
에릭 : 아, 형 나 싫어하죠.

지성 : 에이- 엄살 부리기는.

에릭 : 싫어하는 게 분명한거 같은데요?

지성 : 너 자꾸 존대하는 거 꼴보기 싫어서 감정 좀 담았다, 왜.

에릭 : 에이- 그건 천천히 한다니까.


에릭은 습관처럼 손을 들었다 아차 싶어 빠르게 내렸다.


지성 : 어어- 방금 뭐 하려고 했어

에릭 : 아니아니 

지성 : 치- 코디야, 나 물 좀-


하마터면 귀여워서 머리 쓰다듬을 뻔 했다는 말은 생략하는 걸로.


머쓱함에 뒷머리만 긁적이다 코디가 가져다 준 대본을 다시 본다. 슬쩍 그의 동태도 살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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