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 드라마패러디

[세기X도현] 악몽

- 삑삑- 삐익--

비만 세차게 내리는 어두운 아파트 복도에 낯선 음이 빗줄기를 가르듯 울려 퍼졌다. 띠리링- 도어락이 울리는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리자 철컥- 문이 열리며 더 어두운 곳으로 한 남자가 들어섰다. - 닫히는 현관문 소리는 짧고 강하다.

 

신세기씨.”

 

딱히 이곳에 온 이유는 없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데 비가 왔고 그 남자가 떠올랐다. 한없이 까칠하고 한없이 강할 것만 같았던 그 남자는 비가 오면 불안해했고 천둥이 치면 몸을 웅크렸다. 지금도 혼자 그렇게 떨고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나니 술자리가 지루해졌고 걱정이 되기도 해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신세기씨, 안에 계십니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늘 그 남자가 먼저 자신을 집으로 불렀고 찾아오면 거실에서 자신을 맞이했기 때문에 이 집에서의 어두움은 그와 함께 있지 않으면 낯설기만 했다. 딸깍- 조명을 켜도 반가운 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없는 건가.

 

그럼 어디서 떨고 있는 거야...”

 

그리고 들린 아주 작은 숨소리...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 사이로 귀를 기울이자 아주 작게 낯익은 저음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굳게 닫힌 문이 눈에 들어왔다.

 

신세기씨-”

 

발걸음을 빠르게 옮겨 방문을 열자 침대 위에 누운 채 고통스럽게 이불을 쥐어짜는 그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얼굴도 심하게 일그러져 보는 이마저 고통스럽게 한다.

 

신세기씨-”

으윽...”

신세기씨! 일어나 봐요! 정신 차려요!!”

, 하지마- 잘못했어요, 아빠- 제발!!”

신세기씨!!”

“............ , 안돼!!”

 

헉헉- 도현의 기척 때문인지 아니면 꿈속의 일 때문인지 눈을 뜬 남자의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그리고 겨우 멈춘 곳에는...

 

또 악몽입니까?”

 

도현이 있었다. 크게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진정이 된 세기는 겨우 제 손에 붙들려 하얗게 질린 도현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놓아주자 다시 제 색을 찾아간다.

 

니가... 왜 여기 있어.”

신세기씨가... 불렀잖아요.”

내가 언제...”

 

땀에 젖은 세기의 이마를 닦아주는 도현의 손길이 따뜻하다. 그 손으로 다시 손을 마주 잡아주는데 코끝이 시큰했다. 언제나 비가 오는 밤이면 눈을 떠도 감아도 어둠뿐이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 더 어두운 그림자가 그를 덮쳤다. 단 한 번도 비오는 밤이 마음 편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오늘 까지는.

 

갈까요?”

“......”

안가요, 아무데도. 그러니까 안심해요. 아무리 무서운 악몽도 언젠가 반드시 끝나요. 이제 내가 지켜 줄 테니까 안심하고 자요.”

 

마주 잡은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이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언젠가 이 악몽도 끝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갖게 된다.

 

그럼... 더 잘게.”

 

거칠었던 숨소리가 잦아들며 이제는 편안하게 감긴 세기의 눈꼬리에서 눈물 한줄기가 안타깝게 흘러내렸다. 당신의 눈물은 누구를 위한 건가요.

 

신세기씨 꿈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럼 지금처럼 아파하는 당신 지켜줄 수 있을 텐데. 고민 없이 사랑한다 말하고 세상사람 모두에게 당신 내가 사랑한다고 자랑할 수 있을 텐데. 세기의 손등에 입을 맞추니 제 눈시울도 뜨거워져 고개를 떨어뜨렸다. 깊은 한숨이 차가운 어둠을 가르고 흩어져 나간다.

'기타 : 드라마패러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기X도현] white day  (0) 2015.03.16
[세기X도현] 길 위에서  (0) 2015.03.16
[세기X도현] 가자, 어디든  (0) 2015.03.12
[세기X도현] 넥타이  (0) 2015.03.04
[에릭X지성] 제목없음  (0) 201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