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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드라마패러디

[세기X도현] 가자, 어디든

짤은 이분께서 도와주셨습니다.

https://twitter.com/killheal_talk



어머니의 부름으로 함께 점심이나 할까 했던 도현은 지금 눈 앞의 낯선 여자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 한 사람으로서 다른 인연을 만나 결혼한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은 있다. 도현으로선 그저 먼 나라 이야기 같을 뿐이었다. 내게 오리라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시작해야할 줄은... 당장은 아니었다.


"표정이... 별로 안좋으시네요."

"... 저는 어머니와 점심을 하려고 나왔을 뿐입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다고... 어머님이 많이 걱정하시더라구요."

"아마 알고 있었으면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솔직하시네요."

"솔직해야죠. 굳이 또 만나 잘 보여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조금 더 솔직한 마음으로 눈 앞의 여자에게 미안하지만 구토라도 하고 싶었다. 여자는 그래도 나름 도현의 무례함을 참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도현은 이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 


"성함이..."

"아까 말씀 드렸는데요."

"네, 아무튼 먼저 일어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일어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식사도 안하고 거절이신가요?"

"죄송합니다."


여자는 기가 막히다는 듯 커피잔을 쥔 손을 파르르 떨다 이내 의자를 밀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그제야 도현은 막혔던 숨이 트인 것처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창 밖은 잔인하게도 밝고 햇살은 따뜻하다. 꾹꾹 눌러담았던 마음은 조금만 건드리면 당장에도 터져 나올 것처럼 위태로웠다. 드르륵- 테이블에 놓인 휴대전화가 도현을 찾는다. 광고문자다.



멍하니 다시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응시했다. 초점 없이 눈을 흐려 마음을 가다듬었다. 휴대전화를 들어 통화버튼을 누르자 화면 가득 '신세기'라는 이름이 보인다. 통화버튼 누를까 말까. 5초 쯤 고민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뜬금없이 전화했다고 화내지는 않을까. 생각해보니 도현이 먼저 연락한 적은 없었다. 보고 싶어도 먼저 연락하는 게 늘 망설여졌다. 하지만 세기는 늘 불쑥 나타났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무 때나 연락했고 아무 때나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도현은 꼼짝없이 무방비한 상태로 세기를 맞이해야 했고 그가 흔들어놓은 마음을 혼자 수습해야 했다. 


Rrrr- 수화기 너머 알림음만 들린다.


[왜.]

"......"

[... 차도현.]


세기의 낮은 목소리에 죽은 것 같았던 심장이 갑자기 쿵쿵 뛴다.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 스스로를 설레게 만드는지 미처 몰랐다. 


[차도현, 듣고 있어?]

"......"

[끊을까?]

"아니..."


아니, 끊지마. 더 말해줘. 내 이름 차도현이라고 한 번만 더 불러줘. 끊을까 묻던 수화기 너머는 더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도현을 기다리는 듯 옅은 숨소리만이 들려와 집중하게 만들었다.


"보고 싶어."

[......]

"보고 싶어, 신세기."

[... 너한테서 반말을 듣다니 신선하군.]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가 의외로 조금 들떠 있다.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어디십니까?"

[먼저 전화 온 것도 신선하고.]

"... 놀리지 마십시오."

[좋아서 그러는 건데.]


큭큭- 옅은 웃음 소리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조금 더 말해주면 안될까요. 도현은 입술을 앙- 다물고 세기가 더 말해주기만을 기다렸다.


[어디야?]

"일이 생겨서... 00호텔입니다."

[혼자 있어?]

"......"

[이번엔... 내가 데리러 갈까?]

"... 응."

[가고 싶은데 있어?]

"... 신세기씨랑 같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괜찮습니다."

[그래. 가자, 어디든.]


전화 끊지 말고 기다려.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너무나 다정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빠져들면 안된다고 붙잡아 보지만 도현은 어느새 점점 세기에게 빠져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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