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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드라마패러디

[세기X도현] 길 위에서

"차도현!"


세기의 집을 박차고 나선 도현은 세기의 부름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빨라진 걸음은 뜀박질로 바뀌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마음을 열었다는 것을 들키지 말았어야 했다. 

마음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세기의 손길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경계를 풀지 말았어야 했다.


"차도현- 왜 이래-"


조금 더 빨랐던 세기가 도현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얼마나 운 걸까. 도현의 두 눈은 퉁퉁 부어 있어 세기의 마음을 찢어지게 했다. 그런 세기의 마음을 알리 없는 도현은 빠르게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사방이 훤하게 뚫린 인도 한 가운데 두 사람이 서있다. 새벽이라 사람은 없었지만 어둠 사이로 간간히 지나가는 인영 때문에 도현은 신경질적으로 세기의 손을 내리쳤다.


"너도... 날 좋아하잖아."

"그만하라고!"


도현의 눈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집에서 보았던 사랑 가득 담긴 도현의 눈과 지금 흔들림에 초점을 잃은 도현의 눈이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달랐다. 


"뭐가 문젠데-"

"더이상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그만... 그만 전화하세요."

"... 싫어."

"당신의 과거에 대한 동정 때문이었습니다. 상처 받은 신세기씨에게 연민과 동정을 느꼈을..."


세기는 도현의 뒷목을 움켜잡아 강하게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몸부림치던 도현이 강하게 밀어내자 앗- 하며 뒤로 물러섰다. 손등을 입가에 가져가 닦아내자 붉은 액체가 묻어나왔다.


"그만 가십시오.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상관 없어."

"저는... 상관 있습니다."

"왜, 니가 승진의 후계자라서?"


싸늘한 세기의 말투에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미치도록 따뜻했다. 늘 자신이 세기를 위로한다 했지만 사실 위로 받은 건 도현이었다. 세기의 공간에 들어서면 어떤 마음을 해도 어떤 눈빛을 해도 자신을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다. 늘 자신의 목을 조이던 승진이라는 무게도 누구에게도 열지 못했던 마음도 그 공간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를 마음에 두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갖고 싶은 마음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그 공간을 벗어나면 두려움이었다. 아주 오래 전 잃어야만 했던 그 사람처럼. 


"같이 떠나자."


다시는 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 누가 두드려도 반응하지 않을 마음이었다. 죽을 때까지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것이었다. 이렇게 다정하게 내밀어진 손길에 또다시 마음이 찢어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같이 가자, 어디든."

"저는 못합니다."

"왜 못해."

"저는... 용기가 없습니다."

"......"

"세기씨와 함께 할 용기도 없고 승진을 떠날 용기도 없습니다."


이 손을 잡고 싶습니다. 세기씨의 따뜻한 공간에서 상처 가득했던 세기씨를 위로하며 누구에게도 받지 못했던 사랑을 받으며 세기씨와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


"차도현."

"저를... 그만 흔드십시오."


하지만 승진이 당신의 존재를 알게 되고 당신마저 해치려 한다면 나는 살아있을 자신이 없습니다. 또다시 마음이 산산히 조각나 찢겨지는 고통 다시는 겪고 싶지 않습니다. 차라리 당신을 보지 않겠습니다. 더이상 마음에 두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제 마음도 이 길에 함께 버리고 가겠습니다.


"다시는... 전화하지 마십시오."

"싫어."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을 겁니다."

"......"


뒷걸음 치던 도현은 몸을 돌려 다시 뛰기 시작했다. 세기는 한걸음 내딛었지만 더 이상 그를 따라갈 수 없었다. 도현과 함께여서 행복했던 순간들이 먼지처럼 사라져 누구도 지나가지 않는 길 위에 신세기, 그 남자만이 외롭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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